초보 러너의 부산바다마라톤 10km 완주 후기/기록/준비 과정 : 그냥 앞만 보고 달리는 거야

지난주 주말, 2023 부산바다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고 왔다. 마라톤 뛰기 전에는 안 올 것 같던 그날이 오긴 오더라고. 지나고 보면 참 시간이 금방 흘러가는 것 같단 말이지,,

초중딩 시절 태권도에서 단체로 우르르 접수해서 딱 한 번 뛰어본 게 끝이라 이번이 정말 제대로 된 첫 마라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초보 러너의 10km 접수부터 준비 과정, 기록, 완주 후기까지 적어보겠음 👀

👥 우리 마라톤 한번 도전해볼까..!?

우선 이번 마라톤을 신청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한때 SNS에서 바다를 보면서 달릴 수 있다는 ‘부산바다마라톤’을 발견했다. 다른 대회들이랑은 다르게 힐링 코스 느낌이라 꼭 참가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내년 버킷리스트에 넣어놨었다. 🐳🌊

근데 마침 지금 이 시즌에 개최된다고 하더라고!? 한창 번아웃 시기라 열정을 불러일으킬 만한 이벤트가 필요하기도 했고..! 그렇다면 바로 참가해야지 ٩(ˊᗜˋ*)و 요즘 또 야무지게 운동을 하고 있는 친구한테 말해서 같이 접수했다. 사실 ‘마라톤’이라고 하면 진입장벽이 있는 느낌이라 선뜻 참가하기 힘든데, 이건 부산 광안대교 위에서 바다 보면서 달리는 코스라서 그런 게 조금 덜한 느낌ㅎㅎ

거리는 5km로 하려니까 뭔가 아쉬울 것 같고, 10km는 무리일 것 같다는 생각에 둘러싸여 고민하다가 결국 10km로 결정했다. 기왕 하는 거 좀 힘든 거 도전해 보자고~!❤️‍🔥

참가비는 1인 당 4만원이다. 기념품 값이 여기 포함되는 거겠지? 2인 이상 단체로 신청하면 단체명도 기재할 수 있다. 우리는 이때 한창 유행했던 빵빵이 & 옥지로 팀명을 정했다. ‘옥지얌빵빵아’라고 반대로 쓰긴 했는데ㅎ.. 알고 보니 배번호에도 단체명 적혀있어서 살짝 머쓱ㅋㅌㅋㅋㅋㅋ

💪🏻 컨디션 난조, 그래도 일단 뛰어보자!

접수 완료. 이제 남은 건 연습뿐. 평소에 달리기를 자주 하는 사람들이라면 바로 마라톤을 뛸 수도 있겠지만, 우리는 진짜 밖에서 달려본 기억이 까마득할 정도였다. 난 헬스장 러닝머신 가끔 타는 게 끝ㅎㅎ

그래서 친구랑 2~3주 전부터 준비하자고 다짐했건만 둘 다 여행을 가버림..?ㅋㅋㅋㅋ 게다가 여행 갔다 오니까 컨디션 난조,, 그냥 감기인 줄 알았는데 목이 계속 간지러워서 병원에 갔더니 역류성 인후두염이라네..? 하필 마라톤 시즌에 몸이 이러냐고 😭

몸 상태가 조금 나아졌을 때 일단 뛰어보기라도 하자 싶어서 강변으로 나갔다. 우리는 속도/기록보다 ‘완주’에 목표를 뒀다. 10km 평균 페이스 8분대, 1시간 30분 이내로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잡고 연습했다.

이때가 마라톤 일주일 전이었고, 스케줄 상 연습할 수 있는 날이 이틀밖에 없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4km로 뛰었는데 달리고 나니까 솔직히 포기하고 싶었음ㅠ “내 체력이 이거밖에 안되나..?”, “단기간 내에 10km를 뛸 수 있을까?” 오만 생각이 다 들기 시작하고, 미리 연습 안 한 내가 원망스럽기도 하고..ㅋㅋㅋㅋ 다음날에는 근육통이 진짜 심하게 왔다. 다행스럽게도 몸 상태는 계속 약 먹고 그랬더니 생각보다 상태가 괜찮았다.

우리에겐 시간이 없었기에 이틀 뒤 바로 7km 연습.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7km를 달려보고 연습은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날도 힘든 건 마찬가지였지만, 확실히 한번 뛰어봐서 그런지 몸이 좀 풀린 느낌. 이 거리를 완주하고 나니 “어? 마라톤 완주 가능할 수도 있겠다?” 악바리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ㅋㅋㅋㅋㅋ

택배로 발송된 부산바다마라톤 공식 티셔츠와 양말, 책자, 배번호, 기록칩. 이거 보니까 내가 곧 달린다는 게 실감 나더라..! 참고로 기록칩은 10km 참가자만 제공된다.

위 이미지는 10km 코스 지도인데 이거 보자마자 느낀 점이 있다. 스타트 지점부터 5km 정도는 광안대교 위에서 바다 보면서 달리니까 그나마 좀 행복(?)할 것 같고.. 후반에 진짜 큰일 나겠다..?

🏃🏻‍♀️ 대망의 마라톤 당일날

대망의 마라톤 당일날, 새벽 5시 30분에 기상했다.🥱💤 7시 50분까지 부산 벡스코 야외 광장으로 모여야 하는데 거리가 좀 있기도 하고, 짐도 맡겨야 해서 서둘러 준비했다.

벡스코역에서 내려서부터는 다들 마라톤 복장을 하고 있어서 굳이 지도 안 봐도 쉽게 찾아갈 수 있다ㅎㅎ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았다. 이른 아침인데 아주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현장이었다. 이번 2023 부산바다마라톤 참가자 수가 거의 8,0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역시 인기가 많군..!

마라톤 스타트 지점인 광안대교 상층부까지 걸어서 이동했는데, 그냥 바다 보면서 걷는 것도 너무 힐링이었다.🐳

다들 광안대교 위에서 사진 찍느라 바빴다ㅋㅋㅋㅋ 출발하기 전에 나도 한컷.

저 앞에 보이는 깃발 부분이 10km 출발점이다! 이때부터 좀 두근두근.. 사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스타트 지점에 늦게 도착했는데, 마라톤의 출발을 알리는 총성은 이미 울리고 난 후였다. 그래도 기록칩은 스타트 라인을 지나야 측정되는 넷타임 방식이라 상관없는 듯.

처음부터 속도를 내는 사람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나도 그 흐름에 맞춰간다고 해야 하나. 여기서는 정신 차리고 내 원래 페이스로 뛰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초반이라서 그런지 바다 구경할 여유는 있었다..ㅎ

그렇게 6km쯤 지났을 때 나타난 광안대교. 사진은 친구가 찍은 거고, 난 지쳐서 앞만 보고 달렸다ㅋㅋㅋㅎ 연습할 때보다 체력이 더 빠르게 소진됐다. 호흡은 ‘후후하하’로 짧게 두 번 들이쉬고, 두 번 내쉬는 방식으로 달리다가 숨이 너무 가빠질 때는 입으로 크게 숨을 내쉬면서 달렸다. 정해진 호흡법은 없는데 이게 뛰다 보면 자연스럽게 호흡 리듬이 생긴다고 해야 하나,,

코스 중에 내리막길이 있었는데 이게 또 생각보다 편하진 않더라구. 쭉 내려가다가 평지 만나면 더 힘듦ㅠㅠ 의외로 오르막길은 아주 짧게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5km / 7.5km 쯤에 급수대가 있는데 진짜 딱 목마를 때쯤 나타남ㅎㅋ 물은 조금만 마시고 뱉었다.

예.. 피니쉬 라인 통과했습니다..! 7km부터 진짜 고비였는데 악바리로 달려서 결국 10키로 완주했다❤️‍🔥

완주하자마자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물만 벌컥벌컥 마셨다. 처음엔 좀 추울까 봐 겉옷 입고 달릴까 했는데 반팔 하나만 입은 게 신의 한 수였다. 땀 뻘뻘 흘렸다..🥵

완주하고 나면 메달과 함께 에너지 음료, 프로틴바, 커피땅콩 이렇게 완주 기념품을 준다. 프로틴바는 그냥 맛살 맛이었는데 배고파서 그런지 맛나더라.

가장 갖고 싶었던 메달!🏅❤️‍🔥 너무 예쁜 거 아니냐며.. 바다 그림 아주 좋아.

얼굴이 아주 빨갛게 달아올랐구만? 메달까지 받으니 넘 뿌듯하다. 기록은 1시간 25분! 평균 페이스는 나이키 어플로 측정했을 때 8분 초반대로 나왔다. 목표 달성 완료. 나는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싶다. 달리면서 너무 힘들 때는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피니쉬 라인 들어오니까 진짜 감격적,, 기록증은 택배로도 발송해 준다고 하니 오면 메달이랑 같이 보관해 놔야지!🤓📦

마라톤 끝나고 서면 가서 점심으로 주꾸미 먹었는데 진짜 잊을 수 없는 맛. 원래 운동하고 먹는 게 제일 맛있으니까 ( •́ ⍨ •̀ )

집 가는 길에 행운의 네잎클로버도 주웠다. 히히. 이번 마라톤을 참가해 보니 참 열정적인 사람들이 많더라.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았다고 해야 할까..! 아침 일찍 일어나서 이렇게 뜀박질을 한다는 게 참 쉽지 않은데, 모두 대단한 사람들이다. 이건 정말 직접 뛰어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인 것 같다.

이번에 기안84 마라톤 풀코스 완주 성공한 거 봤는데 넘 멋있더라. 본인 의지가 있는 게 아니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니까 🥹👍🏻

2023 부산바다마라톤 10km 완주 후기 이렇게 끝! 누군가한테는 쉬워 보일 수도 있는 기록이지만, 점점 성장해 나가는 게 중요한 거지- 뭐든지 도전해 봐야지 화이팅 ‘ڡ’४